지난 추석 때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부산은 저와 남편의 고향이고 양가 부모님이 아직 살고 계셔서 명절이면 방문하는 곳입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리에 밝지 않던 어린시절을 보낸 곳이라 내가 살던 동네 외엔 잘 모릅니다. 한 동네에서만 오래 살았고요. 여름에 해운대나 광안리에서 해수욕을 하거나 유명 맛집을 찾아 다녀본 경험도 많지 않습니다. 간혹 부산 여행을 앞둔 지인들이 부산가면 어디를 가야 하는지 물어보는데 답을 쉽게 하지 못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산을 가면 여행이 아니라 부모님 댁에서 쉬다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요.
이번 추석은 남편과 조금 다르게 보내보자 마음 먹었습니다. 여행하듯 부산을 구경하고 오자고요. 귀성 첫날 남포동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남포동에서 가끔 데이트를 하긴 했지만 늦은 시간과 아침 이른 시간에 남포동에 있어 본 적은 없습니다. 남포동의 야시장과 자갈치의 새벽 모습은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야시장은 먹거리 천국인 게 홍콩 느낌이 났고요. 자갈치 시장의 이른 아침 분주함과 근면한 모습이 자유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건강한 자극이 되기도 했습니다. 남포동과 가까운 영도도 가보았습니다. 부산에 오래 살았지만 영도는 한 번도 가본 적 없었습니다. 어릴 적 어른들이 "너 영도 다리에서 주워왔다"는 농담을 자주 해 지명 자체는 낯설지 않았습니다. 영도는 큰 다리가 있고 다리 밑에 부모 잃은 아이들이 사는 조금은 어두운 곳이었는데, 요즘 영도가 핫플레이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모모스커피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저 역시도 모모스커피 맛이 궁금해 찾아가 보았습니다.
1. 모모스커피 위치와 메뉴
모모스커피는 부산 온천장역에 본점이 있고요. 부산 영도구에 로스터리 & 커피바가 있습니다. 저는 영도점으로 방문했습니다. 영도점 바로 앞에 주차 구역이 있었고 주차 공간이 부족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바닷가 앞 1차선 도로로 들어오다 바로 주차를 해야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주차요금은 따로 없습니다. 영도대교로 들어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모모스커피는 로스터리카페로 대형 로스터와 원두 포대가 투명창으로 여럿 보였고 매장도 넓었습니다. 인테리어가 모던하고 정갈했으며 통유리창으로 바다가 보여 여행 중임을 실감케 했습니다. 아이들은 초코음료를 주문했고 저와 남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필터커피를 시켜 나눠 마셨습니다. 커피의 산미를 처음으로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 준 카페였습니다. 더운 여름 시원한 산미와 깔끔한 후미가 상당히 기분 좋게 느껴졌습니다. 모모스커피를 마시면서 이제는 더 이상 필터커피를 카페나 유튜브로만 즐기지 말고 직접 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온천장역 위치 : 부산 금정구 오시게로 20
영도점 위치 : 부산 영도구 봉래나루로 160

2. 코스트코 모모스커피 원두
서울로 돌아와 모모스커피가 한번씩 생각났는데요. 마침 자주 가는 코스트코에 원두가 있어 1kg에 3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으로 모모스커피 하우스블렌드를 구입했습니다. 그라인더를 사고 제일 처음 구입한 원두입니다. 그땐 1kg가 얼마나 많은 양인지 모르고 사버렸네요. 하루에 한두 잔밖에 소비를 안 하는 데다 다른 원두도 있어 제시간에 다 소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한 번에 200g 정도를 구매하는 게 적당한 것 같습니다. 되도록이면 오래 보관하고 먹고자 비닐로 소분해 밀폐 유리병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원두의 배전도는 미디엄 다크 로스팅이고 노트는 밀크초콜릿, 캐러멜, 넛스위트, 크리미입니다.
3. 레시피
패키지에 쓰여있는 레시피와 큐알코드를 찍고 들어간 페이지의 레시피가 상이합니다. 처음에는 패키지 레시피대로 커피를 내렸는데 사실 쓴 맛이 많이 났습니다. 분쇄도에 대한 정보는 없었고요. 분쇄도는 추출 시간으로 가늠할 수밖에 없어서 2분 30초 안에 뜸에서 4차 추출까지 완료되면 적당한 분쇄도라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물온도와 분쇄도는 제 입 맛에 맞는 수치로 찾아가는 중입니다. 대략 물 온도는 94도보다는 90도가 적당하고요. 분쇄도는 소금 굵기의 조금 굵은 분쇄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처음보다는 쓴 맛 제거하고 밸런스를 맞춘 듯합니다. 레시피를 정리해 보자면, 사용원두는 18g입니다. 추출량은 240g이고, 물온도는 90도입니다. 추출시간은 2분 30초 내이고요. 단맛과 무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1:11 또는 13 비율의 추출을 권장한다고 합니다. 아이스커피는 1:8-10의 비율이고요. 추출 횟수는 뜸 포함 총 5회입니다. 1차 뜸은 원두의 약 2 배수인 40g이고요. 1차 40g(총 80g), 2차 60g(140g), 3차 60g(200g), 4차 40g(총 240g)해서 총 240g입니다. 조금 더 부드러운 커피를 원할 경우 서버에 물을 60g 바로 첨가하면 되는데요. 저는 묵직함보다는 부드러움을 선호해 가수하여 300g을 추출합니다.
다음 설에도 모모스커피에 방문할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부모님 댁과 가까운 온천장 본점으로 갈 거고요. 게이샤/워시드/약배전 원두가 있다면 작은 것으로 데려올 생각입니다. 원두커피를 마시면서 다양한 노트를 캐치하진 못하지만 이제는 맛없는 커피와 맛있는 커피 정도는 구분하는 미각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더욱 예민하게 맛을 구분하게 되겠지요.
'커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동구] 서울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커피 몽타주> (4) | 2024.01.01 |
---|---|
바리스타 챔피언이 있는 제주도 카페, <커피템플>과 <유동커피> (3) | 2023.12.28 |
센터커피의 박상호 바리스타 핸드드립 레시피 (5) | 2023.12.23 |
떼르 드 카페 <피에르 드 상테락> 핸드드립 레시피 (4) | 2023.12.21 |
블루보틀 잠실 카페 (위치, 윈터 싱글오리진, 핸드드립) (8) | 2023.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