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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성수동] 젊고 힙한 감성의 로스터리 카페, <올드너티>

by 훌훌_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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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뉴스에서 늦은 시간 중부지방에 눈을 예보했습니다. 밤이나 돼야 오겠지, 하고는 차를 가지고 밖을 나섰는데 갑자기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걱정이 되었지만 이내 달리는 차 안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이 너무 예쁜 겁니다. 요즘 들어 굵은 눈이 자주 오는 듯합니다. 조수석에 앉아 폰 카메라로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온도차로 인해 차창이 뿌옇게 흐리고, 흐린 차창으로 도로의 가로등이 노랗게 번져 보이고 사이드미러에 눈이 소복이 쌓이는 광경이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몽롱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치 사울 레이터라도 된 듯 초점 없는 희뿌연 사진을 찍어 댔습니다.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찍으려는 의도 없이 그냥 나에게로 날아오는 눈발을 향해 의미 없이 카메라 버튼을 눌렀습니다. 크게 날리는 눈을 가르며 남편과 나는 성수동 카페로 향했습니다. 

 

오전에 아이와 오랜만에 커뮤니티 센터에서 수영을 했는데요. 수영장에서 체력을 소진하는 바람에 주말에 하려고 적어둔 여러가지 to-do list를 하나도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하고 유독 많은 날은 항상 평소보다 덜 해내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늦어버려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뽑아하기로 했는데 그게 성수동에서 커피 마시기였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가지는 시간을 스웨덴에서는 pika라 부릅니다. 커피를 거꾸로 읽은 것인데요. 저는 여유시간에 커피를 마시며 책을 한 구절 읽길 좋아합니다. 향긋한 커피 한 모금 마시며 소소하게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요. 작은 행복을 찾으러 성수동으로 향했습니다. 성수동에는 카페가 무진장 많은데요. 그중 오늘의 픽은 로스터리 카페 올드너티였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좁은 골목을 돌아 돌아 찾아낸 곳에서 통창에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겁니다. 조용한 주택가 속 모던 감성의 올드너티 외관을 보고는 오늘 카페 선택을 참 잘했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1.  올드너티 위치

저는 아이가 있어 차로 이동했지만 대중교통으로 가는 편이 낫겠습니다. 성수역 1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10분 정도만 걸으면 될 듯합니다. 보통 차로 이동하면 주변 공영 주차장을 검색해 주차하는데 이날은 눈이 너무 많이 와 카페 근처 주택가에 차를 살짝 대고는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습니다. 성수동 번화가가 아닌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어 지도를 켜놓고 걸으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겠습니다.

 

- 주소 : 서울 성동구 광나루로2길 23-1 1층

  * 성수역 1번 출구 도보 10분

- 영업시간 : 11:00 - 22:00 (마지막 주문 21:30)

 

2. 원두와 메뉴

메뉴가 커피, 논커피, 필터커피, 콜드브루 다양합니다. 저는 에스프레소를 선택하진 않았지만 에스프레소도 원두를 고를 수 있게 해 주니 좋네요. 보통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원두 선택을 따로 하지 않습니다. 카페에서 선택한 원두를 마셔야 합니다. 무슨 원두인지도 모른 채 마셔야만 하는데요. 이름 모를 커피를요. 필터커피는 원두를 취향에 따라 선택하게 해 줍니다. 어느 나라, 어느 농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생산했는지까지 원두이름에 고스란히 표기해 소비자에게 알려줍니다. 아메리카노는 왜 어떤 원두인지 모르고 마셔야 할까요. 올드너티는 어떤 품종인지, 블렌드인지 싱글인지는 알려주지 않지만 적어도 어떤 맛을 내는지 알려주어 산지를 추측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신선하네요.

 

저희 부부는 필터커피 두잔을 주문했는데요. 저는 에티오피아 구지 아벨라 애내로빅 내추럴을, 남편은 페루 라리마 카투아이 워시드를 시켰습니다. 에티오피아 필터커피는 적당한 산미가 좋았는데요. 애프터에 독특한 향미가 있었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맛이라 신선했는데요. 글을 쓰며 보니 에티오피아 커피는 무산소 발효 원두였네요. 커피 체리의 과육을 벗기면 피치먼트라 불리는 씨가 나오는데 이를 말려 볶은 것이 우리가 아는 원두입니다. 원두를 자연적으로 말리면 내추럴, 씻어 말리면 워시드인데. 애내로빅 내추럴은 자연적으로 말리되 산소를 제거한 통에 넣어 발효 공정을 거친 원두입니다. 그래서 제 커피에서는 무언가 발효된 독특한 향미가 느껴졌던 겁니다.  남편의 페루 커피는 적당한 산미와 고소함의 밸런스가 좋았고 클린했습니다. 두 커피 다 만족스러웠습니다.  

커피를 주문을 하고 커피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내부 정경

 

3. 인테리어와 분위기

커피 맛에 이어 저는 올드너티의 내부 인테리어도 좋았는데요. 보통 주문은 원두를 내리는 바에서 이루어집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부부는 주문을 하려 바로 향했죠. 한 여자분이 "여기서 주문하세요" 하며 서계시는 겁니다. 위 사진에서 빨간 틀에 같은 곳에서요. 작은 태블릿에 주문을 입력하셨어요. 색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카페 내부 한 편은 플랜트가 잘 어우러져 싱그러웠고요. 한편으론 트렌디한 소품이 멋스럽게 진열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저도 요즘 식물에 관심이 많은데요. 집이 저층이라 빛이 적어 식물 들이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정원있는 집에서 올드너티처럼 크고 작은 식물을 가꾸는 게 로망입니다. 인테리어용 식물을 요즘 물색하던 찰나라 플랜테리어가 반가웠습니다. 오래되고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 다소 조용하고 무거울 것 같은 카페의 내부는 트렌디하고 아기자기하며 젊은 에너지가 어딘지 모르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오전에는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맛있는 커피를 함께 해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낸 느낌입니다. 

상큼한 프룻티함과 독특한 애프터의 에티오피아 필터커피

 

4. 마치며

눈 오는 늦은 저녁 청량한 커피가 글을 쓰며 다시 생각났습니다. 아쉬운대로 집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즐겨야겠습니다. 내일 또 함박눈이 예고되어 있는데요. 요즘 참으로 자주 굵은 눈이 내리네요. 내일은 카메라를 들고 하얀 세상을 조금 담아와야겠습니다. 로스터리 카페 올드너티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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