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기미사 성수 @ 서울 성수동

훌훌_ 2024. 1. 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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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째 식도염으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연말부터 갑작스레 식도염을 앓았고 약을 먹어도 차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덜컥 겁이 나 내시경을 했고 큰 병은 아니라 한숨 돌렸지만 이 식도염이라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음식을 먹으면 꽉 조이는 느낌, 가끔은 통증이 있기도 하고요. 가스가 차고 배가 아프기도 합니다. 아프지 않은 상태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식도염 때문에 커피를 줄이다 끊은 지 2주가 되어갑니다. 처음에는 식도가 아파도 커피를 하루에 한잔이나 한 모금은 마셨는데요. 병이 오래가니 이마저도 중단했습니다. 야식과 커피와 술을 중단하니 식도염만 나으면 건강한 내가 되어 있을 것도 같습니다.

 

2주간 커피를 멀리했는데 어제는 오랫만에 카페를 갔습니다. 시름시름 앓아누워 있는 내가 답답하기도 했고 하루에 생기가 필요했습니다. 마른입만 적시자는 심정으로 나섰습니다. 찾아간 곳은 성수동 기미사입니다. 기미는 향과 맛, 기분을 뜻하는 옛말이라고 하네요. 블루리본을 두 개 달고 있는 카페이고요.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국제 심사위원이자 20년 커피 경력의 센서리 전문가인 송인영 님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맛있는 커피가 그리워 가보았습니다.

 

위치

성수동 카페거리 건너 편, 공장들이 있는 골목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말 늦은 저녁이라 인적이 드물고 골목은 조용했습니다. 주차장은 따로 없는 듯했고요. 마침 늦은 시간이라 맞은편에 위치한 공장이 문을 닫아 공장 앞에 주차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어렵지 않게 찾았고요. 1층 통유리 너머 깔끔한 인테리어가 보여 한눈에 알아보았습니다. 

 

주소 :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26길 47 1층

시간 : 월 - 금 10:30 - 19:00, 토 11:00-21:00 (일요일 휴무)

 

 

단맛의 미미 블렌드와 기미사 코스

원두는 세 종류가 있습니다. 미원, 미미, 야미. 미원은 단맛 중심의 기본 블렌드이고, 미미는 꽃과 과일향이 풍부한 게이샤커피 블렌드네요. 야미는 밤에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디카페인 블렌드입니다. 저는 미원 블렌드로 필터커피를 주문했고 남편은 아인슈패너를 주문했습니다. 아인슈패너는 아쉽게 맛보지 못했고 필터커피는 말 그대로 청량했습니다. 단맛 중심이라 하였는데 실제 단맛이 났다기보다 단향이 후미에 남았습니다. 아이스로 주문해 깔끔함이 돋보였습니다. 산미를 불편해하는 분이라면 적당해 보입니다. 센서리 전문가의 매장이라 향미에 대한 풍부한 설명을 기대하고 갔는데 단맛 중심의 기본 블렌드라는 설명만 한 줄 있어 아쉬웠습니다. 게이샤 블렌드는 꽃과 과일향이 풍부하다고만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원두 패키지에도 컵노트는 물론이고 원두의 산지에 대한 정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투명성이 생명이라 믿는 소비자로 아쉬운 부분이네요. 어디서 자란 커피 열매인지도 모르고 마시다니요. 마케팅에 힘을 덜 준 것인지, 혹은 소비자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서 어려운 노트를 뺀 것인지 의도를 알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 제가 겪었던 의문처럼 "커피에서 무슨 블루베리?"라는 실망감을 최소화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향미 휠 자체가 외국인의 입맛에 맞춰져 개발된 것이라 한국인이 느끼지 못하는 과일과 허브의 향과 맛에 대한 표현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거든요. 그런 거리감을 줄이고자 난해한 향미노트를 삭제했을까요. 향미 설명이 없어 커피와 함께 향미 카드가 나올 거라 기대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네요. 여러모로 전문가의 매장이지만 아쉽게도 고객과 충분히 소통하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원두 블렌드의 원산지는 최소한의 정보이고 이 정도는 노출을 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기미사 코스가 있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1.6만원이라 가격은 나쁘지 않습니다. 커피 애호가들에게 좋을 듯합니다. 2종의 음료와 1종의 셔벗이 제공된다고 하네요. 커피 전문가다운 면모가 엿보이는 시그니처 메뉴들이 눈에 띕니다. 

미원 블렌드와 아인슈패너

고전미와 현대미가 어울어진 인테리어

인테리어 전문가가 아니라 무어라 평하기 어렵지만 인테리어가 다소 독특했습니다. 모던한 공간에 약간은 예스러운 것을 포인트로 둔 듯했습니다. 블루보틀에서 봤을 메탈릭 소재의 좌석과 고전미 물씬 풍기는 찻상의 좌석이 한 공간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인테리어가 낯설어 저는 어색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미사란 이름에서 우리 옛것을 브랜드에 쓰고 싶었고 공간으로도 표현했는데 조금은 애매해 보였습니다. 세련된 고전미를 나타냈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모던 테이블과 전통 테이블이 함께 있어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들었던 건 제가 비전문가라 그럴 수도 있겠고요. 블렌드의 이름도 한자와 영어를 혼합하여 사용했는데요. 저는 직관적이지 않은 네임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괜히 어려운 영어를 쓰거나 한자를 차용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한자와 영어의 혼합도 억지스러워 보이고요. 카페 이름처럼 블렌드명에도 옛말을 써도 좋았겠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높게 사고 싶네요. 지하에도 좌석이 있습니다. 화장실을 가면서 알게 되었는데요. 4인석과 좌식 자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층 자리가 부족하면 지하를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지하에 로스터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로스팅이 거기서 이루어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찍어두지 못했고, 화장실만 금방 이용하고 올라와 기억이 희미하네요.

 

마치며

오랜만에 스페셜티 커피로 입을 적셔서 상쾌한 하루였습니다. 한국인의 커피 소비량이 1인당 연간 367잔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에 이어 2위인데요. '오늘 갈 카페'를 찾으면서 항상 느끼는 바입니다. 가볼 카페가 넘쳐나는 한국인 듯합니다. 그만큼 커피 맛과 공간의 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어 소비자로서 참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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